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며 2006년 취임한 한명숙 전 총리 이후 약 20년 만에 여성 총리,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며 표결에 불참했고, 임명동의안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주도로 가결됐다.
출생과 학창 시절
한성숙 총리는 1967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태어나 의정부여자중학교와 의정부여자고등학교를 거쳐 1989년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85학번)를 졸업했다.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학계나 정치권이 아닌 언론이었다.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컴퓨터 전문지 '민컴'의 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다만 부모님의 직업이나 가정 환경 등 더 세부적인 성장 배경은 공개된 보도 자료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IT 기자에서 '네이버 대표'까지
한 총리는 PC라인 등 IT 전문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나눔기술 홍보팀장을 거쳐 1997년 인터넷기업 엠파스 창립 멤버로 합류했고, 검색사업본부장을 맡아 국내 최초로 '열린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1997년 엠파스 창립 멤버로 합류했고, 2007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으로 자리를 옮겨 검색품질센터 이사를 맡았다. 이후 검색품질센터장 이사, 서비스1본부장, 서비스총괄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2017년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네이버에서 신규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던 그는 입사 10년 만인 2017년 3월, 성과를 인정받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5년간 네이버 대표로 재직하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기술 기반 성장을 주도했다. 대표이사 시절 네이버가 국내 1위 인터넷 회사로 성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상 플랫폼 V LIVE와 간편결제 네이버페이, 스마트스토어, 네이버 웹툰 부분 유료화 등을 직접 주도했다. 이 기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13대 회장도 지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의 행보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첫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중소기업 정책 기조를 기존의 '보호와 지원' 중심에서 '성장과 도약'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부처의 존재감을 키워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재직 중 추진한 창업 지원 사업인 '모두의 창업'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정부를 믿고 창업에 도전해 준 여러분들의 신뢰를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공식 사과한 일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를 지명한 이유
총리 지명 배경에 대해서는 IT 기업 대표와 중기부 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분야와 한국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정치인 출신 여성 관료가 총리에 지명된 것을 2006년 한명숙 총리 지명 당시보다도 더 이례적인 인사로 보고,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적 인사 기조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비슷한 시기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면서, 당초 거론되던 정치인 출신 후보군 대신 비정치인 출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경제계 역시 환영의 뜻을 밝혔는데, 경제6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경제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환영한다"며 "기업 경영의 최일선을 직접 이끌어 온 기업인 출신 총리 후보라는 점에서 이번 지명을 더욱 뜻깊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청문회 쟁점들
이틀간(6월 25~26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러 도덕성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가장 큰 쟁점은 부동산이었다. 한 후보자는 올해 3월 재산 공개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경기 양평군 전원주택 등 주택 4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였으며, 청문회를 앞두고 주택을 잇달아 처분해 현재는 삼청동 주택 1채만 남은 상태다. 여기에 양평 토지의 농지법 위반 의혹, 종로구 건물 불법 증축 논란이 추가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역삼동 오피스텔 매각을 둘러싼 '영부인 미용사 특혜' 의혹이 논쟁을 키웠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가 해당 오피스텔을 시세보다 3분의 1 정도로 낮은 금액에 월세를 주다가, 최근에는 임차인에게 시세보다 최소 5억원 낮은 15억원에 매각했다며 대가성 특혜 제공 의혹을 제기했고, 임차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을 담당했던 미용실 원장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는 자산을 이룩한 성공한 사업가"라며 임차인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네이버 시절 이력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에서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약진했다는 점을 들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의 연관성을 문제 삼으며 '네이버 내각',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고, 네이버 대표 재임 시절 불거진 '드루킹 사건'을 비롯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 등 뉴스 서비스 운영 전반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가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부사장)로 재직하던 시기 성남FC 후원금 지원 경위와 후보자의 관여 여부를 집중 질의했다. 재직 중 발생한 '모두의 창업' 사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역시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청문회 운영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청문회가 정책 검증보다 수준 낮은 정치 공방에 치우쳤다고 지적하며, 네이버 대표를 거쳐 중기부 장관을 지낸 한 후보자가 행정 각부 통할, 정책 조정, 사회 갈등 중재, 위기 관리 등 총리 역할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검증된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한 후보자가 다주택 보유, 농지법 위반, 건물 불법 증축, 가족 간 헐값 임대 등 제기된 의혹에도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청문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마무리됐다. 한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청문회는 저를 돌아보는 동시에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지닌 책임의 무거움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기는 시간이었다"며 "국회와 국민께서 저에게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AI 대전환을 이루고 그 과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골목상권과 노동자들에게 연결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인준 이후 의미
한 총리는 헌정사상 최초의 미혼 국무총리이자 최초의 숙명여대 출신 국무총리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우게 됐고, 대기업 대표이사 출신이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기부 장관을 거쳐 총리에 오른 것 역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취임을 앞두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보유 중이던 네이버 주식 8,934주 전량과 스톡옵션 10만 주 중 6만 주를 행사해 처분하기로 했다.
7일 지명부터 23일 만에 인준을 받은 한성숙 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총리이자 제50대 국무총리로 공식 취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