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자금의 시너지를 노리다문화를 바꾸는 일,
‘실패콘서트’와 문화적 포용성너와 나 다 실패할 수 있다,
실패했다고 인생을 포기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창업’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뜨거운 화두다. 수많은 청년들과 혁신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을 무기로 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나 창업이라는 화려한 무대 뒤에는 언제나 실패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한다. 통계적으로도 창업 기업 중 상당수가 수년 내에 폐업의 고배를 마신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과연 우리는 한 번 쓰러진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는가? 아니면 실패라는 낙인을 찍어 영원히 주저앉히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보여준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 공급자 중심 정책의 한계를 깨다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창업존에서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창업진흥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 대한민국의 재창업 지원 정책을 움직이는 핵심 기관들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거듭된 도전 끝에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는 재창업기업 7개사의 대표들이 있었다.
이번 ‘재도전 걸림돌 발굴 현장 간담회’가 갖는 가장 큰 의의는 그간의 행정 편의주의적, 즉 ‘공급자 중심’의 정책 설계에서 과감히 탈피하겠다는 선언에 있다. 책상 위에서 펜대로 그려낸 정책은 현장의 온도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취지의 자금 지원책을 내놓아도, 정작 현장의 기업인들이 느끼는 벽이 너무 높다면 그것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재창업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그들은 과거의 실패 이력 때문에 금융 거래가 제한되거나,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금융 낙인효과’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토로했다.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원천 차단되는 구조적 장벽이 여전히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건의한 실질적인 규제 완화는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달라는 최소한의 호소였다.
3주간의 릴레이 간담회, 연속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다
중기부는 일회성 전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총 3주간에 걸친 ‘릴레이 간담회’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를 단 한 번 듣고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겠다는 의지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살펴보면, 1차와 2차 간담회에서는 재창업기업들의 생생한 애로사항과 현장의 걸림돌을 촘촘하게 수집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마지막 3차 간담회에서는 수집된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논의하게 된다. 이러한 체계적 접근은 현장의 애로사항이 유기적으로 분석되어, 향후 실효성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행정의 연속성과 실무적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재창업 지원 정책을 집행하는 유관 기관들이 대거 동참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현장의 규제와 개선 필요 과제들이 발굴되더라도 실제 집행 기관의 협조가 없으면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인데, 이번 간담회는 시작 단계부터 기관장과 실무 책임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해결의 속도를 높이고자 했다.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제도와 자금의 시너지를 노리다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기회를 북돋아 주어야 과감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이는 중기부가 올해 초 연두 업무 보고를 통해 천명한 핵심 정책 기조다. 이 기조는 단순히 구호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조직과 예산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재도전 정책의 발굴과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을 총괄하는 민관 협력체인 ‘재도전 응원본부’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바 있다. 관 주도의 일방적 지원을 넘어 민간의 전문성과 유연성을 결합해 재도전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거점 기구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재정적 뒷받침도 한층 든든해졌다. 올해 4월에는 추경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재창업기업들의 가장 큰 목마름이었던 ❶재창업기업 사업화 자금과 ❷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위한 예산 총 6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돈줄이 막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재기하지 못하던 기업인들에게 600억 원이라는 추가 재원은 원활한 재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매우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하드웨어적인 자금 지원에만 치우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적인 안전망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6월부터는 안전한 출구 전략을 돕기 위한 ‘폐업 가이드북’ 제작 및 배포가 시작된다. 실패를 하더라도 질서 있게 폐업하고 다음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다. 이와 함께 투자 기반의 재도전을 가능케 하는 기업설명회(IR) 개최, 경험이 부족한 재창업자들을 위한 집단 멘토링 운영 등은 기업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를 바꾸는 일, ‘실패콘서트’와 문화적 포용성
제도적 개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인식, 즉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한 번 실패한 사업가에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연대보증의 굴레는 많이 완화되었다고 하나, 사회적 시선과 심리적 위축감은 여전히 창업가들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다. 중기부가 향후 ‘실패콘서트’나 ‘재도전의 날’과 같은 문화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실패의 경험담을 음지가 아닌 양지로 끌어올려, 그것이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이자 소중한 경험치라는 공감대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세계 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뛰어난 기술력 때문만은 아니다. 실패한 창업가를 ‘경험 많은 베테랑’으로 우대하고 적극적으로 재투자하는 독특한 ‘실패 용인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사회 역시 실패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벤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두 번째 기회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의 마무리 발언은 이번 정책적 움직임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실패는 부끄러운 이력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값진 혁신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금융 낙인효과를 비롯해 재창업 과정의 걸림돌이 되는 모든 규제와 제도들을 신속히 발굴하고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창업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행위다. 따라서 실패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혁신 국가라면 실패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이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간담회와 릴레이 소통, 그리고 ‘재도전 응원본부’의 적극적인 행보가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실패가 평생의 낙인이 되지 않고, 오히려 성공을 위한 값진 거름이 되는 사회. 그리하여 넘어진 창업가가 언제든 다시 일어나 더 높은 곳을 향해 뛸 수 있는 든든한 패자부활전의 무대가 완성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기업회생 및 파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벼랑 끝 JTBC가 붙잡은 '한 달의 골든타임'…ARS, 한계기업의 구원투수 될 수 있을까? (3) | 2026.07.04 |
|---|---|
| [윤병운의 세상이야기] 소상공인 폐업, 절벽이 아니라 다리가 되려면 (0) | 2026.07.03 |
| [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 칼럼] 홈플러스 회생의 기로, 메리츠금융과 MBK의 ‘강대강’ 대치로 인한 자금 경색 국면 (1) | 2026.07.01 |
| [윤병운 회장 칼럼] 메리츠금융-MBK '강대강' 대치…홈플러스 회생시계 멈추나 (0) | 2026.06.25 |
| [전문가 칼럼]간이회생제도는 '빠르다'와 '날림' 양면성 내재 (0) | 2026.06.24 |